오래 전 이야깁니다. 몇번 쓰다 만 일기가 있어서 올려봅니다.
두 달 전에 알콜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 입원을 도와드렸던 혼자 사시는 아버님이 있다.
그런데 어느 땐가부터 동네에서 다니시는 걸 봤다는 분들이 있었다.
슈퍼마켓 사장님도 "아버님 술 사 가셨어요." 라고 알려주었다.
'아직은 퇴원하실 때가 아닌데...'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드렸지만, 아버님 전화는 꺼져있었다.
얼마 뒤 복지관에 전화가 한 통 왔다.
"선생님 중독관리센터인데요, 아버님 퇴원하셨대요."
"그렇지 않아도 단지 내에서 보셨다는 분들이 계셨어요. 아직 퇴원하실 때가 아닌 걸로 아는데요?"
"보호자가 퇴원을 동의했다고 하네요.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."
아버님 전화는 계속 꺼져있었다.
나는 댁으로 향했다.
창문이 열려있었고 너머에 거실이 보였다.
혹시나 하는 마음에 겁이 났다.
"아버님 집에 계세요?“
거실에 봉긋 솟은 이불이 턱! 하고 반응했다.
"예~“
누워계셨나보다.
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.
큰 키의 정승 같은 아버님이 느릿느릿 나오셨다.
입원 전에도 술을 많이 드셔서 깡마르셨는데,
이제는 해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앙상해져 있었다.
깜짝 놀랐다.
"아버님 언제 퇴원하셨어요? 살은 또 왜 이렇게 빠지셨대"
사이사이 벌어지고 까맣게 변한 이빨을 환하게 들어내며 그저 웃기만 하신다.
퇴원은 며칠 전에 하셨단다.
연휴가 있었는데, 뭐 하셨냐고 물으니 ‘그냥’ 집에 있었다고 하신다.
집에 드실 건 있는지 물어보니
라면 끓여 먹으면 된다 하시며 수줍게 웃으신다.
전화기는 떨어트려서 고장이 났다고 하신다.
더 이상 긴 대화는 힘들 것 같았다.
오늘은 잘(?)계시는지 확인만.
돌아서기 앞서, 양팔로 엑스자를 그리면서 음성을 높였다.
"아버님! 술은 안돼요. 큰일나요 큰일나!"
아버님은 또박또박 "예, 예" 하신다.
지겹도록 들은 말이겠지.
그렇다고
술을 안 드실 일은 없다.
복지관에 돌아가는 길
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.
바람에 섞인 가을이 얼굴에 닿는다.
해질녘의 노란하늘이 마음을 더 울렁이게 한다.
그 잠깐의 시간에 지쳤나 보다.
깊은숨을 한 번 쉬었다.
창문 너머로 본 거실에 TV는 꺼져있었다.
공허한 방에서
주무시고 계셨을까.
뜬 눈으로 멍하니 계셨을까.
째깍째깍 시계소리는 났을까?
보호자는 왜 퇴원을 동의한 걸까.
나에게 수줍고 상냥한 이 아버님은
가족에게는 고집 쎈 모진 사람일까
아버님은 어쩌다가 술에 의지하게 된 걸까.
벼랑 끝 지푸라기 였을까
고단한 밤 이부자리였을까
퇴근길이 무거웠다.
앞으로도 사회복지사의 날 행사를 지켜봐주세요~~